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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매들의 인생손글씨/할미그라피-10> 열세살 먹은 가시네처럼 살고싶어

기사승인 2018.05.06  20:4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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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살 먹은 

가시네처럼 

살고싶어

 

완주군 구이면 강점순 할머니

 

아이고 내 인생 얘기하면 겁나. 한번이라도 써서 남기고 싶은데 글을 모릉게 아무것도 못혔어. 강산이 일곱 번 바뀌기 전에 전주 농고 뒤에 초막에서 아부지 얼굴도 모른채 태어났어. 먹고 살기 힘등게 어렸을 때 만날 엄마한테 ‘왜 나는 아부지가 없어’, ‘왜 나는 핵교 못댕겨’ 울편서 물었지.

그때가 아홉 살인가, 여덟살 먹었을 때 도교육감네 작은 집에서 방 한 칸 얻어서 엄마가 식모일을 했는데. 초등학교 선생인 아저씨가 ‘이름이라도 써야 어디 시집이라도 간다’고 나를 저녁마다 가르쳤어. 그래가지고 이름 석자는 썻지. 곱하기, 빼기는 못하고. 낮에는 엄마가 나 버리고 도망 갈까봐 치마 폭 잡고 장사하는디 따라가야 됐거든.

시집와선 청소부고 머시고 안 한 것 없어. 옛 도청 앞에 전주상공회의소 그 건물 내가 다 쓸고, 닦았지. 워낙에 일을 잘헌게 거기서 환갑잔치도 해준다고 하면서 못가게 했어. 그렇게 일을 하면서도 혈압도 좋고, 당도 없고 건강했는디 어느날 손주 기저귀 빨다가 뇌출혈로 쓰러져 부렀어. 모두가 어렵다고 했는디 열흘만에 깨어났어. 그 뒤로 30분 이상 집중해서 뭘 보들 못혀.

자식들 다 여운 뒤에 한글교실이랑 찾을 여유가 생기드라고. 받침 없는 거는 잘 읽어. 근디 쓰는 거는 지금도 잘 안 돼. 난 동시가 참 재밋어. 새록새록, 주룩주룩, 주렁주렁, 초롱초롱, 올망졸망 반목되는 말이 주는 느낌이 조은 것 같아. 쓸지도 모른 것이.

어떨 때는 어린아이가 된 것 같고, 어떨 때는 열세살 소녀가 된 것 같고, 재밌어. 손자가 웃을 때는 ‘아가가 방실방실 웃어주네’ 그러고, 봄날에 콩 심을 때는 ‘콩아 콩아 건강하게 잘 자라다오. 우리 할머니는 콩을 참 좋아했지. 강낭콩, 완두콩, 메주콩, 쥐눈이콩을 심네. 옆에서 팥도 끼워달라고 보채지’ 그런 시를 잘 써. ‘하얀 눈이 내렸네 소복소복 내렸어’ 이런 거 얼마나 좋아.

내 맘에 내 느낌을 어 떻게 표현하고 싶은데 그럴 방법을 못찾았지. 근디 한글을 알고, 읽을 줄 알고, 쓸 줄 아니까 너무 좋은거야.

어느날 한글 배워서 아들한테 편지를 썻는디 아들이 울드라고, 내가 공부를 배웅게 자식들이 좋아햐. 큰딸이 책가방도 사주고, 연습장이랑 필통이랑 다챙겨줬어. 소원? 그냥 앞으로는 정말 열세살 먹은 가시네처럼 살고 싶어. 아무걱정 엎이 이쁘고, 공부하고, 널짝에 들어갈 때 까지 언제까지 나 배우고 싶어.

 

이상호 기자 sanghodi@hanmail.net

<저작권자 © 축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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