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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매들의 인생손글씨/할미그라피-03> 완주군 봉동읍 이옥지 할머니

기사승인 2018.01.24  17:5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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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댕긴게 마음이 하늘을 나는 거 가텨"

"학교 댕긴게

마음이

하늘을 나는 거 가텨"

 

 ■ 완주군 봉동읍 이옥지 할머니

“나헌테 특별한 이야기일랑은 기대하덜마. 암껏도 없어~” 팔십 평생을 살면서 어찌 아무 일 없이 사셨을까. 마치 카세트의 빨리 감기 버튼을 누른 듯 지난 소회를 바쁜 말투로 끊김없이 풀어내는 이옥지(81) 할머니.

완주군 봉동읍 구만리. 정류장에서 내려 굴다리를 따라 걷다보면 바로 조금 전에 지나온 도로 위 풍경과는 사뭇 다른 차분하고 고요한 풍경이 펼쳐진다. 봉동 봉강마을이다. 마치 여름의 한 가운데에 있는 날처럼 때 이른 더운 볕이 내리쬐던 날 이옥지 할머니를 찾아뵈러 갔다.

암껏도 모르고 살았어. 아저씨가 마흔 아홉에 돌아가셨어, 느닷없이. 젊었을 때. 그래서 애들 데리고 어떻게 산지도 모르게 살았어. 어렸을 적부터 어머니, 아버지 일찍 돌아가시고 할아버지 밑에서 컸는디 공부를 못혔어. 학교를 안보내줘 갖고. 근디 이렇게라도 갈쳐준당게 내가 막 뛰어 들었어. 내가 늙었을망정 아는 데로 심심치 않게 쓰다가 나중에 죽을 때는 죽을망정 하여튼 헌다고 혔어. 초등학교 졸업하는 것 마냥 졸업한다고 그랬어, 내가.

한글 배운 것은 한 삼년 되야써, 배운 것은. 사람이 작아서 동네서 배우다 인자는 고산으로 댕겨. 우리 동네서 한글교실 댕기는 사람이 단 둘 뿐이라. 에전에는 일곱 명도 더 되야써. 근디 지금은 이 나이 먹어갖고 언제 죽을지 모르는디 듣고 자꾸 잊어먹은다고 하나 둘 쓱 빠지더니 인자는 우리 둘이 다녀. 일주일에 두 번 쓱. 월요일이랑 수요일 2시부텀 4시까정. 여그 봉동 집서 점심 먹고 바로 출발혀.

이 집은 지은 지 솔찬히 됐어. 한 십년됐나. 밑에 아들네 같이 사는 집이 그렇게 되고, 지금 내가 지내는 여그 2층집은 인자 한 4년 되야써.

한글 배워서 글을 하나 썻는디 그게 상을 받았어. ‘고무신 한 짝’이라고, 그게 어찌게 쓴 글이냐면 대둔산 구경 가가지고. 우리 젊을 때. 동네 어른들이랑 갔는데 구름다리가 얼마나 무서운가 엎어져 가가지~고 신을 한 짝 읽어버렸어. 떨어쳐 버렸어. 그리갖고 한 짝 잊는 거까지 내버리고 가서 사가지고 새로 신고. 점심 밥을 먹고, 반주를 막거리로 한 잔을 먹고. 그렇게 쓴 거여.

그 기분은 말도 못혀. 학교 댕긴 게 마음이 하늘을 날아다는 것 같다고 혔어, 내가. 선생님헌티. 어떻게 좋고, 반가와서. 나보다 나이 들먹은 할마니들도 많고 그러는디 책 가만히 쌓아놨다가 그냥 갖고 왔다고 그러는 야반들도 많아. 그런 손이 가덜 않았어. 공부 갈치는 손이, 우리 때는, 인자서 눈을 떠서. 죽을 때가 된 게 공부도 갈친다 그러고, 운동도 갈쳐준다 그러고. 그냥 그런 것을 허네.

그렁게로 나는 농사 일도 끝나고 헌게. 우리 아들들이 많이 고생하고 늙었응게 나를 못허게 허니까 나는 이렇게 시간 내서 학교 다니고, 경로당 할머니들이랑 같이 밥도 해먹고, 그냥 누워서 자기도 하고. 그냥 이렇게 편허게 살어. 이렇게 좋은 세상이 돌아올 줄은 나는 몰랐네. 증말로. 하이고 공부 갈쳐준다고 헌게 열 일을 다 제치고 갔어, 나느 거시기 결석도 안 허고. 헐 일이 없어, 결석 헐 일이. 잠 안오면 일어나서 글씨 쓰고 그려. 배운 놈이라도. 자꾸 잊어버린 게.

 

 

 

 

 

이상호 기자 sanghodi@hanmail.net

<저작권자 © 축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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