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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매들의 인생손글씨/할미그라피-02> 완주군 운주면 양덕녀 할머니

기사승인 2018.01.15  16:4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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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들에게 편지쓰며 살고싶다"

꽃들에게

편지쓰며

살고싶다

 

 완주군 운주면 양덕녀 할머니

 

우리네는 전쟁이 진짜 무서웠어. 그 통에 학교도 못 다니고 공부도 못하고 한글도 못 깨우쳤지. 시집살이는 또 왜 그렇게 매워. 이제 다 늙어 돌아가시고 애들도 시집장가 보내고 우리 노부부가 의지하며 살 요량으로 운주면 고당리에 집을 짓다가 우리 집 양반이 갑자기 돌아가셨지. 내가 마음에 슬픈 것이 참 많았는데 꽃을 보면서 위안을 삼았어.

꽃, 나무를 터 넓은 데서 잔득 키워볼라고 이곳으로 온 거지. 꽃은 예쁘니까 좋아. 봄에는 땅 속에 있는 씨앗이 싹을 틔워서 땅을 뚫고 나오고 여름이면은 그늘을 만들어 사람들을 시원하게 쉬게 해주고, 가을에는 단풍이 들어서 사람들이 아름다운 것을 볼 수 있게 해주고. 그것이 신기하잖아. 땅 속의 뿌리가 바깥세상을 어떻게 알고 그렇게 때 되면 쑥 올라올 수 있을까. 색깔과 모양은 어찌 그렇게 다양할 수 있을까.

예전에는 이 고당리에 철쭉이라는 것이 없었어. 근데 나는 그 꽃이 그렇게 예쁘더라고. 어느 부잣집에 갔는데 그 철쭉이 참 고왔어. 근데 그걸 어떻게 햐. 가지고 올 수 없잖아. 그래서 가지를 끊어 와가지고 땅에다가 심어봤지. 그것이 삽목이라는 건데. 푸석푸석한 땅에 뿌리가 잘 내릴 수 있게 심어본 거야. 근데 그것이 자라서 번지더라고. 그래서 처음에 꽃을 키우기 시작한 거지. 그때 이후로 동네 사람들 나 하는 거 보고 몇 사람이 많이 삽목해서 심었어. 동백이니 철쭉이니 다 삽목해서 번져 키운거야. 이 동네도 내가 와서 꽃을 키우기 시작했어.

시골은 밭에만 신경쓰지. 말하자면 먹을 수 없는 꽃은 사치 아니겄어. 그래도 나는 꽃을 보면서 위안을 삼는 거야. 가게에서 사는 꽃은 별로 의미가 없어. 화려하게 꽃은 피어 있지만 금방 죽거든. 나는 내 손으로 씨앗 심고 꽃 피고 그런 것이 사랑스럽고 기분이 좋아. 나는 죽어가는 나무를 잘 살려. 너도 나처럼 이렇게 힘들었구나… 그런 마음으로 살리는 거지.

꽃을 키우면서 마음을 잡고 살았어. 배우지도 않았는데 내가 뭘 알겠어. 바깥세상을 뭘 알겠어. 그대로 꽃을 보면 마음이 참 좋아.

완주군 운주면 고당리에 사는 양덕녀 할머니는 왜정때와 6.25전쟁 난리통에 배울 기회를 놓쳤다. 할머니의 고향은 논산 상월면이다. 학교 가는 대신 집에서 삼을 삼고, 베를 짜 삼베옷을 만들었다고 한다. 뚝방에 나가 나물을 뜯고 있을때면 학교 다녀오는 친구들 보기 부끄러워 고개를 숙였고, 못 배워서 평생을 죄지은 것 같이 살았다고 한다. 완주군에서 운영하는 한글학교에 입학해 한글을 배우기 시작한 할머니는 2013년 성인문해교육 시화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1년 만에 한글을 터득하고 시를 창작하며 이제는 고당리 할머니시인으로 불리우고 있다.

 

 

 

이상호 기자 sanghodi@hanmail.net

<저작권자 © 축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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