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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호의 명소 기행] 광한루원에서 ‘남원문화재야행’ 밤 행차를 즐기다

기사승인 2022.10.03  18: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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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문화재야행 엠블렘럼 Ⓒ 박세호
 

이전에 전북관광협회에서 초청한 전북관광투어에 참가하여 남원에 있는 대하소설 『혼불』의 저자 최명희 작가의 ‘혼불문학관’을 가본 적이 있다. 남원의 다른 지역을 두루 다녀보지는 못했었다.

지리산행 순환버스 Ⓒ 박세호

이번에 전라남도 장성과 곡성을 다녀오는 관광버스에서 마지막 행선지(경유지)로 남원을 경유한다는 것을 알았을 때 속으로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지도를 보니 남원시(전라북도)가 곡성군과 구례군(전라남도), 순창군(전라북도), 하동군과 함양군(경상남도)과 인접하고 있었다. 축제의 성격이 야간 행사이기 때문에 우리가 상경하는 버스로 올라오면서 여기에 참여하는 것이 시간적으로도 좋은 설정이었다.

오늘의 참가자들    Ⓒ   박세호

하룻밤을 자지 않아도, 밤 행사에 참관할 수 있다니 좋은 일이다. 밤늦게까지 진행되는 하이라이트 공연행사를 보지못하니 아쉽다. 그것이 이 축제의 진짜 내용들인데. 그리고 아침 일찍 지리산 코스도 오르고 싶지만,  다음으로 미뤘다. 그러나 각 지역에서 온 방문객들과 함께 남원의 축제 분위기를 느껴보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즐거웠다. 

버스를 주차장에 대놓고, 일행 모두 근처에 있는 광한루원을 찾았다. 낮에는 유료입장인데, 저녁 6시가 넘으면 무료 입장이다.

동영상 플레이  Ⓒ  바세호

광한루원의 유래를 읽어보니 세종 원년(1419)에 유명한 역사적 인물인 황희가 광통루라는 누각을 지었다 한다. 1444년 전라도 관찰사 정인지가 광통루를 가리켜 이곳을 달나라 미인 항아가 사는 월궁 속의 광한청허부(廣寒淸虛府)라고 한 후 ‘광한루’라고 불렸다. 

남원 추어거리  Ⓒ   박세호

이번 축제에서도 광한청허부라는 말이 친숙하게 들린다. 정인지하면 조선조 태종과 세종조에서 시작해 세조대왕 때까지 문명을 드날리던 정치가, 학자요 문사였으며 예종과 성종때까지 원로로 예우를 받았던 아주 특이한 인물이었다.

정문 입구 요금표;  Ⓒ  박세호

1582년 전라도 관찰사로 부임한 정철은 광한루를 증축하였다. 은하수 연못 가운데 중국 고전에서 신선이 살고 있다는 전설의 삼신산을 상징하는 봉래섬, 방장섬, 영주섬을 만들고, 영주섬에는 ‘영주각’이란 정자를 세웠다.

정문 입구  Ⓒ 박세호

강원도 원주에 갔을 때 강원도 관찰사들의 이름 중에 정철의 이름이 전해오는 명단에 올라있어서 신기했는데, 여기에서도 발견하니 반가웠다. 그 당시 지방관을 했던 사람들은 부임지에 따라 이곳저곳 거처를 옮겼을 뿐 아니라, 그곳에 자신들의 발자취를 남겼다고 생각하니 인간의 삶이 그저 한 때 살았다가 안개처럼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깨닫게 된다.

 상설 프로그램 중 하나인 월궁주막   Ⓒ 남원문화재야행  제공

그런데 정철이 잘 지어놓았던 삼신산과 정자들의 운명도 평온하지는 못했다. 정유재란 때 왜구들의 방화로 모두 불타버렸기 때문이다. 왜구들의 악랄한 행위들은 역사의 무대에서 다시 한 번 엄중한 심판을 받아야 하지 않을까 한다. 1639년 남원부사 신감이 무너진 옛터를 복원하면서 이곳은 제 모습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연못과 다리   Ⓒ  박세호

1794년에는 영주각이 복원되고 1964년에 방장섬에 방장정이 세워졌다. 『춘향전』이라고 하면 한국 사람들의 영원한 사랑이야기로 남을 것이다. 그 이야기 속에서 이곳이 이도령과 춘향이 화창한 인생의 봄과도 같은 열열한 사랑의 인연을 맺은 장소이기도 하다. 1920년대에는 춘향사를 지었고, 인물화로도 명성이 있는  당대의 거장인  김은호 화백이 화폭에 올린 춘향의 영정을 모셨다. 1931년부터 음력 5월 5일에 맞춰 춘향제를 지냈다. 춘향화로 인하여 춘향이 현실 가운데 살아난 것 같다.

 현대에 와서는 영략 5월 5일에 맞춰 춘향제가 열리면 TV에 뉴스로 올라 전국의 시청자들이 계절의 풍류와 함께 전통 문화에 대한 애정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가 된다.

광한루원으로 가는 외지 여행객들   Ⓒ  박세호

야간에 개장하려면 조명시설이 중요하다. 광한루원과 그 일대의 불 밝힘이 아주 세련되고 화려하면서도 은은한 풍취를 자아내고 있어서 방문객들의 마음에 아주 쏙 들었다.

주변 상가들은 문을 닫았지만 그래도 가게 앞과 길거리 군데군데 홍보판과 거리 설명 디자인과 안내판 등이 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서 방문객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충실히 했다. 축제 기간이어서인지 광한루원 담벼락은 밖을 삥 둘러가면서 빛을 덧씌워 환하게 빛났다. 도로 위에는 축제 문구를 새긴 네온사인이 밝게 해주었고, 사람들이 발맞춰 정문 출입구 쪽으로 모여들었다.

이제 밤이 되었다   Ⓒ 박세호

내 바로 앞을 걷는 세 명의 젊은 친구들이 청년 같기도 하고, 중고등 학생 같기도 한데 손에는 모두 민속 전통악기류로 타악기와 현악기 등을 들고 한복 차림으로 좁은 길을 활보하고 있었다. 오늘 밤 공연 팀에 속한 모양이었다.

모두 키가 크고 현대적인 외모를 자랑하고 있었는데, 국악공연 무대에 오를 만큼 전통악기를 다룬다고 생각하니 한편으로는 신기한 마음도 들었다. 역시 자기가 뿌리를 내린 고향의 풍류를 이어받으며 사는 것이 바람직한 교육의 한 형태인 것을 깨닫게 해준다. 축제 기간은 본 기자가 방문하였던 9월 30일(금)에서 10월 2일(일)까지 3일간인데 더욱 많은 사람들이 마지막 밤을 위해 운집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석탑 주변과 정자; Ⓒ 박세호

첫째 날은 ‘월궁화백 문화재를 그리다’, 옥황상제 길놀이, 향연, 저자거리 탐방, 달빛풍류, 둘째 날은 골든 벨, 사랑춤, 걷기, ‘달궁으로 가자’, 남원시민라디오 달빛소리 (보이는 라디오 방송), 그리고 셋째 날은 사랑춤, 길놀이, 황희정승, 은화수 낙화놀이, ‘달궁으로 가자’ 등 흥미진진한 프로그램들이다. 상설프로그램도 풍성하다. 

  남원시 관광지도  Ⓒ 박세호

 월궁 주막, 한옥 하룻밤, 남원맛보기, 달나라궁전! 광한청허부, 달빛 초롱, ‘견우 직녀 빛으로 만나다’ 등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시간적 제약으로 3일간 펼쳐지는 다양한 민속공연 행사와 대중 프로그램에 참석하지 못함은 아쉬웠으나, 이를 기화로 가까운 시일 내애 다시 한 번 내려와 시내관광과 더불어 지리산 올라가는 순환버스도 한 번 타보야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남원 예촌거리  Ⓒ 박세호

 

이번처럼 단체여행보다는 지인 두 세명과 일행을 만들어 여유 있게 돌아보며 지리산 산나물과 남원추어탕을 비롯한 향토음식도 즐겨볼까 한다. 겨울에 와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글 사진=박세호 선임기자

 

박세호 선임기자 bc457@naver.com

<저작권자 © 축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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