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점 먹고 길을 나섰습니다. 220813
도립미술관에 전시 중인 재미 화가
장 마리 해슬리 작품을 보고 싶었거든요.
그의 세계를 다 이해할 수 없었지만 나눠지고
또 나눠진, 부서지고 흩어지다 다시 모여
빛이 된 그 남자의 그림들이 그저 좋았습니다.
마고암 가는 길은 언제나 호젓합니다.
습기가 몸을 잡아당겨요.
느시렁느시렁 걷는 것도 나쁘지 않군요.
베트남이 고향인 검정수염메뚜기는 잘 적응하며 자리를 잡았는지 작년보다 눈에 잘 띕니다.
일찍 핀 무릇 꽃에는 곤충 손님들이 바빠요.
느긋하게 꿀을 즐기는 부전나비,
미친듯이 달려오던 꿀벌,
육식을 즐기는 파리매도 꿀이 필요했는지
카메라를 들이대도 한참을 먹다 갑니다.
마고암에서 내려와 미술관 뒷길 지나
모악산 계곡으로 올라갔어요.
비 그친 뒤라 지리산 계곡이 부럽지 않네요.
선녀폭포 위에 자리 잡고 앉아 물소리를 들어요.
우렁우렁 살아 움직이는 저 시원한 물살을 따라가면 세상 끝까지 갈 수 있을까요?
물소리에 멍멍하던 귀가 편안해지고
잠시 스스로 만든 고요와 마주했습니다.
해가 뉘엿뉘엿 기울 때까지
물소리 들으며 잘 쉬다왔어요.
이상호 기자 sanghod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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