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빗방울 오락가락하는 오후 개개비랑 놀았습니다.
개개비는 참새목 휘파람새과에 속한 중형 새지요.
초봄에 도착하여 여름을 지내며 새끼를 기른 뒤 중국 남부나 동남아 등지에서 겨울을 보내고 봄이 오면 다시 태어난 곳으로 돌아옵니다.
휘파람새 가족답게 목청이 좋고 레퍼토리도
'개개개개 꺅꺅' 개개개 톳 깩꺅'
'쟈갸~~얼른 와~~
안전한 공간을 마련했어~
제발, 내 알 나도~~~'
'안녕하쇼, 참새군!'
' 뭥미?'
' 세레나데 연습 중인데 들어봐 줄튜?'
' 뭐, 한 곡 뽑아 보등가.'
'개개개개~ 개개꺅깍~개개 깡깍깍툽 '
' 헉, 참새 살류~ 참새 귀청 떨어지네'
'헐, 매너를 둥지에 두고 왔나?
가뭄 견뎌 낸 연꽃 겨우겨우 꽃대 올린 기지제,
개개비는 그녀를 부르며 목청껏 울고
나는 안전거리만큼 물러나 매너를 장착한 훌륭한 청중으로 끝까지 개개비 노래를 들어요.
푸른 연잎에 고인 빗물이 개개비 노래에
잔잔한 파동을 일으키는 오후,
연꽃 위에 앉아 멋지게 노래하는 개개비는
만나지 못했지만 바람소리, 노랫소리를 들으며
바깥일 우산처럼 접어두고 잠시 쉬었습니다.
* 개개비는 수컷이 암컷보다 2주 정도 먼저 도착하여 암컷을 만나 새끼를 안전하게 키울 수 있는 영역(세력권)을 마련한답니다.
갈대 밀도가 좋고 뱀이나 족제비등 포식자에게
들키지 않을 안전한 공간을 차지하기 위해 수컷끼리 경쟁이 치열하다네요. 늦게 도착한 암컷은 수컷이 확보한 영역이 안전한지
세레나데 레퍼토리는 다양한지를 살펴보고
수컷을 선택한답니다.
좋은 영역을 차지하지 못한 수컷은 짝을 만나지 못하는 경우도 있겠지요?
암컷도 너무 늦게 도착하면 마음에 드는 수컷을 차지하지 못한답니다. 늦게 도착한 암컷들은 세력이 좋은, 이미 짝이 있는 수컷을 또 선택하여 일부다처제로 둥지를 만들거나 영역이 좋지 않은 수컷을 만나 둥지를 털리기도 한답니다.
절정으로 달려가는 여름 오후
개개비가 지칠 줄 모르고 사랑노래를 부릅니다.
이상호 기자 sanghodi@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