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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식의 아트 무비의 향기 21022] 그 여름, 가장 차가웠던- 女佳禾 : Summer is the coldest season

기사승인 2021.10.05  13:2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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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가족, 상실, 그리고 복수와 용서... 딜레마' 

여기, 무심한 듯 강인하게 어른이 되는 과정의 연약함... 그 뜨겁고도 차가운 성장의 서사를 담은 드라마 <그 여름, 가장 차가웠던>이 있습니다.

영화의 오프닝 신은 작품 전체를 감싸는 흑백의 시(詩)처럼 풀어집니다. 

주인공 소녀 자허의 차분한 내레이션과 함께 도살장에 갇힌 소들의 모습이 행갈이를 하듯 이어지는 장면이죠. 

어쩔 수 없는 운명의 끈에 묶인 소와 소녀를 오버랩시키는 이 대목은 흑백으로 화면을 꾹꾹 눌러 담았음에도 바깥에 자리한 세상의 폭력과 슬픔을 선연히 감지시킵니다.

무엇이든 빠르게 흡수하고 적응하는 미성년의 특권은 절망 앞에서도 고스란히 적용되죠. 

인생의 중심을 잃은... 자기 몫의 불행에 어느새 체념한 것처럼 자허(등은희 분)의 얼굴은 늘 딱딱하게 굳어 있습니다. 

소녀의 평범했던 삶은 3년 전 엄마가 살해당한 후 처참하게 주저앉았죠. 

도축장의 육류 배달업자로 일하는 아빠는 늘 술에 절어 사는 알코올 중독자가 됐고, 자신은 친구들로부터 가축 냄새가 난다며 왕따를 당합니다. 

풍족하진 않았어도 항상 긍정적이고 따뜻하게 가족들을 감싸주며 삶의 그루터기가 돼주었던 엄마는, 이젠 행복했던 기억으로만 남아... 어린 자허에게 헤아릴 수 없는 상실감을 안겼죠.

더 이상 친구도 희망도 없는 자허는 유일한 가족으로 남은 아빠와도 마음속 이야기를 나누지 않습니다.

외롭고 무기력해진 그녀는 수치심과 불공정에 맞서기 위해 본인만의 도덕규범을 형성하죠.

그렇게... 남루한 삶을 이어가던 자허는 14살 생일을 앞둔 어느 여름날, 아버지를 따라 간 자동차 정비소에서 엄마를 죽인 소년범 유레이(이감 분)를 목격하고, 그만 싸늘하게 얼어붙어
버립니다. 

법정에서 4년 형을 선고받았던 유레이를 본 적이 있는 자허는, 그의 때 이른 출소를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분노하고 또 다짐하죠. "난 절대 못 잊어. 그 애가 살아있는 한..." 

소년원에서 있어야 할 유레이가 충분한 죗값을 치르지 않은 채, 밖을 활보하고 다니는 걸 마냥 지켜볼 수 없던 자허는 변호사를 찾아가 상담해보지만... 곧 '돈' 이라는 차가운 현실의 벽에 막히게 됩니다.

영화 오프닝 시퀀스에서 자허가 나직한 내레이션을 통해 짚었던 그 '넘을 수 없는 벽' 과 말이죠.

너무 공평하지 못하다는 자허의 울부짖음에 변호사는 냉정하게 대꾸할 뿐입니다. "살아갈수록 불공평에 익숙해져야 돼!"

소년수라 감형돼 세상 속으로 좀 더 일찍 나올 수 있었던 유레이는 자동차 정비소에서 일을 배우며 지내고 있었죠.

그날부터 복수의 일념으로 유레이의 뒤를 무작정 쫓던 자허는 유레이와 그를 둘러싼 주변 친구들과 어울리게 됩니다. 

출소 후 누구에게도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지내던 유레이였음에도... 처음 보는 자허에겐 운명적으로 끌리듯 게임을 같이 하자거나, 밥을 함께 먹으러 가자는 식의 호의어린 손길을 먼저 내밀죠.

하여 원했든 원치 않았든... 자허는 유레이와 가까워지며 그가 갖고 있는 상처를 알게 됩니다.

자허가 유레이의 무리와 어우러지는 모습은 그녀가 급우로부터 따돌림을 당하는 초반 장면과 명백히 대조되죠. 

마치 친구를 사귀는 것처럼 보이는 소녀의 모습은 사뭇 혼란스럽게 다가옵니다. 

자허는 지금 복수심에 사로잡혀 위험을 무릅쓰는 것일까요, 아니면 그들과 함께 있는 것을 자학적으로 즐기는 것일까요...

돈 많은 남자와 재혼한 유레이 엄마는 돈으로 엄마 노릇을 대신하려 하지만, 유레이는 그런 어머니를 멀리합니다. 

교과서를 보면서 흐릿하게나마 진학의 꿈을 꾸던 유레이는, 자허에게 "내 삶이 우연히 기차를 탄 뒤 거대한 사건에 휘말린 영화 속 주인공 같아" 라고 고백하죠.

머릿속엔 온통 엄마의 복수 생각뿐이었던 자허였음에도, 막상 착한 성정에 가엾어 보이기까지 하는 유레이와 맞닥뜨리면서 복잡다단한 감정을 느낍니다. 

그러던 어느 날... 자허는 유레이와 그 친구들과 어울려 정비소에 맡겨 놓은 고객의 차를 몰래 타고 근교 물가로 드라이브를 떠나 즐거운 한때를 보내죠. 

이 시퀀스는 아파트를 포기하고 장만한 아빠의 트럭으로 온 가족이 행복하게 드라이브하는 영화 중반의 플래시백 장면과 암유적으로 교차됩니다만...

물놀이 하는 친구들을 바라보던 유레이는 뜬금없이 얘기합니다. "이 세상에 혼자만 남겨진 기분 느껴본 적 있어? 물속에서는 딱 그런 기분이야..."

그러던 유레이는 SNS 프로필 사진의 의미를 묻는 자허에게 선문답처럼 설명해주죠.

"한 청년이 기차를 타게 되는데 세 가지 경우를 보여줘. 

첫째, 청년은 기차를 탔고 한 단원을 만나서 정부에 취직해. 둘째, 청년은 기차를 놓쳤고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다 감옥에 가게 돼. 셋째, 청년은 기차를 놓치는 바람에 동창과 재회하고 사랑에 빠져 결혼하게 돼."

이 대답은 선택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결과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유레이 자신과 자허에게 하는 말이 아니었을까요.

한데, 유레이는 느닷없이 나타난 정비소 사장에게 고객 차의 무단 사용을 들켜버리죠.

결국, 어렵게 마련된 갱생의 일터에서 그만 쫓겨난 유레이는 그 사건 이후 잠적해버립니다. 

그의 거처를 알기 위해 자허가 찾아간, 폐암 말기의 소년원 교화학교 선생님은 얘기해주죠.

"입소한 아이들 중 절반은 또다시 범죄를 저지르고 소년원으로 되돌아오지. 나머지 반은 교화되지만 완전히 새사람이 되는 건 운에 달려있어."

선생님의 도움으로 유레이를 다시 만난 자허는 결국 엄마의 복수를 위한 칼을 들게 됩니다.

하지만 유레이는 이미 모든 걸 알고 있었다는 듯이, 자허에게 복수의 기회와 시간을 충분히 주고 그녀로 하여금 선택할 수 있도록 해주죠.

뒷머리를 다듬어 달라며 자허에게 면도칼을 쥐어 주거나, 자신이 일하는 현장을 보여준다며 고층의 공사장 옥상에 함께 올라가 자허가 살짝 밀기만 해도 추락할 수 있는 난간에 위태로이 서있는 식으로 말입니다.

그럼에도 자허는 계속해서 버벅거립니다. 또 마냥 허둥대죠. 

급기야, 의도했던 대로 유레이를 물에 빠트려 익사시키기는커녕 오히려 그에게 구조당한 꼴이 돼버린 자허...

기진맥진해 강변에 널브러진 채, "엄마 복수라면 제대로 좀 더 버티지 
그랬어?" 라고 내뱉는 유레이의 푸념에, 자허는 "난 또 다른 네가 되고 싶지 않아" 라고 응답할 뿐입니다.

<그 여름, 가장 차가웠던>은 그렇게, 어른의 부재 속에 순수를 시험당하는 소녀의 위기를 조용하지만 끈질긴 집중력으로 짚어냈죠.

이윽고 화면은 차분하게 놀이공원의 롤러코스트를 타는 자허를 비춥니다.

엄마에게 너무 무섭다고 하소연하며 끝내 포기했던 3년 전의 자허가 아니죠. 그만큼 소녀 자허는 강해진 겁니다.

그러고 보니 영화 초반부 화면은 학교 복도에 붙여진 마리 퀴리 여사의 명언을 조명했었죠.

"노력하면 강해지고, 강해지면 기회를 얻는다."

우리는 슬며시 미소 짓게 됩니다. 엄마가 떠나간 후 지저분하기 짝이 없었던 아빠의 트럭도 이제 깨끗하게 닦여져 있는 걸 마주하며 말이죠.

하여 홀로 이뤄낸 성장이 여전히 외롭고 위태로워 보일지라도, 자신을 묶은 복수심의 줄을 끊어낸 소녀가 유달리 홀가분한 표정을 짓는 마지막 순간을 긍정하고 싶어집니다.

"결국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서 다행이야" 라고요.

마침내 영화가 향해가는 최종 교차로엔 소년과 소녀의 얼굴이 나란히 자리합니다. 

유레이는 자허에게 작별을 고하며 혼잣말처럼 얘기합니다. " 공부하는 머리 쪽보다는 단순히 몸으로 부딪히는 육체노동이 내겐 더 맞는 거 같아. 공사 팀과 함께 남쪽 건설 현장으로 떠나기로 했어."

그러곤 무연스레 덧붙이죠. " 차가 기다리고 있는 곳이 200미터 정도 되네. 만약 내가 살인을 저지른 그날, 그냥 200미터를 도망갔다면 내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지금보다는 좀 더 나은 모습였겠지..."

유레이는 에둘러 고백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네 엄마를 살해했던 바로 그 때, 나에게도 충분한 시간이 있었더라면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텐데."

그렇게... <그 여름, 가장 차가웠던>은 조용히 그 막을 내리죠.

신예 저우 쑨 감독은 복수극 형식의 이 드라마를 통해 혼란스럽고도 아름다운 성장의 서사를 섬세한 시선으로 풀어냅니다. 

유레이에게 복수해야 한다는 마음과, 유레이를 측은하게 여기는 마음이 자허 안에서 뒤틀리며 충돌하는 과정을 빗대어, 영화는 마치 이러한 복잡한 상황이 '성장기의 통과의례' 라고 말하는 듯 하죠. 

딸의 학비 마련을 위해 다시 프로레슬링을 시작한 아빠가 후배와 코치에게 모멸당하는 상황을 몰래 지켜보던 자허...

소녀는 늦은 밤 아빠에게 레슬링을 배우며 아빠의 상처를 끌어안게 됩니다. 

"왜 갑자기 레슬링을 배우려 하냐" 라고 묻는 아빠를 향해 자허는 "강해지기 위해서" 라고 답합니다만...

결국 성숙이란 내면의 욕구를 다스리고 타인에 대한 포용을 늘려나가는 일이라고 영화는 애써 말해주고 있는 것이죠.

이토록 증오와 복수심에 압도당한 소녀가 뜻밖의 이해와 용서를 배우기까지... 

<그 여름, 가장 차가웠던>은 사춘기 소녀의 극단을 오가는 내면이 고통스럽게 재편되는 과정을 유려한 시선으로 스케치해나갑니다.

보통 사람들의 비극이란 대개 밖에서 보자면 결국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피해자의 내면에는 기록적인 폭풍우가 휩쓸고 지나가 흔적을 남기죠. 

어떤 것은 형체도 없이 떠내려가고 또 어떤 것은 굳건히 남은 채로 조용히 새 삶이 시작됩니다.

술독에 빠져 사는 아빠는 자허가 14살이 다돼가도록 달걀 알레르기가 있는 것도 모르죠.

한밤중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된 채 길거리에 쓰러져 있지만 않았다면... 찾으러 나선 엄마가 변을 당하지 않았을 거라며 자허는 아빠를 내내 원망합니다.

영화 초반부, 자허가 수영장에 들어가자 학급 아이들이 모두 입수를 거부하는 장면이 있죠. 

자허가 악취로 가득한 더러운 존재인 양, 나아가 깨끗한 물까지 더럽히고 말리라는 양, 아이들은 자허에게 오염의 두려움을 드러냅니다. 

표면적으로는 자허가 육류 배달업자의 딸이기 때문이겠지만 기구한 사연 곁에 머무르기를 꺼려하는 인간의 본능이 13살 남짓한 아이들에게도 예외는 아니게 불거진 것이죠. 

추락과 슬픔의 냄새를 기가 막히게 알아차리고 도망간 타인들에게 자허는 양동이 가득 받은 붉은 물감을 수영장에 뿌려 통렬하게 응징합니다.

"날 잡아줄 그 무엇은 아무 것도 없어. 오직 나 자신 밖에"

세상의 끝에 위태롭게 서있는 것만 같은 자허의 무표정한 모습은 장중 내내 우리들의 맘을 아프게 울려옵니다만...

푸른 수영장에 튄 검붉은 핏물같이, 엄마의 죽음이라는 느닷없는 불행에 오염된 소녀는 자신을 어떻게 정화해야만 할까요.

영화는 성장의 동력을 상실감과 복수심으로 설정하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타락이 아닌 정화의 과정으로 인물을 데리고 갑니다. 

자허는 가해자 유레이에게서 자신을 향한 남다른 진심을 느낀 후, 복수심만큼이나 강렬한 자기 안의 믿음을 따라보기로 맘먹죠. 

그의 선함을 알아본 자허가 감정이 아닌 이성을 다듬어가는 과정은 자못 
미덥습니다. 

보통의 성장영화가 서사적 파국을 위해 인물의 실수나 결함을 극단까지 몰아붙이곤 하는데 반해, 저우 쑨 감독의 <그 여름 가장 차가웠던>은 청소년을 미성숙한 통제 불능의 존재로 바라보는 대상화를 냉정하게 경계하고 있죠. 

일탈하거나 망가뜨리고 싶은 자신과 성찰하는 자신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위해 노력하는 인물의 시간이야말로 성장영화가 엿보아야 할 중요한 틈새일 것입니다. 

이처럼 <그 여름 가장 차가웠던>은 제목이 품은 대비만큼 극단을 오가는 내면의 에너지를 팽팽하게 조율하며 성장의 장력에 맞서죠.

복수와 용서의 감성이 치열하게 뒤틀리며 교차되는 시퀀스는 사뭇 혼돈스런 질문을 던지며, 격렬하게 일렁이는 여운 또한 남깁니다.

인물의 심리는 화면의 빛깔로 고스란히 새어나옵니다. 

저개발 지역 뒷골목의 리얼리티에 살인과 복수를 다루는 범죄 장르의 모티브를 입힌 영화임에도... 육중한 현실의 기둥만큼이나 찬란한 기억의 기둥 또한 굳건히 버티고 서 있죠.

저우 쑨 감독은 시나리오 단계부터 “자허가 엄마를 생각하는 장면은 반짝반짝 빛이 부서지는 것처럼 보인다” 라고 썼을 정도로, 자허와 엄마가 함께 했던 순간들을 아름답게 재현해 몽타주의 주재료로 활용했습니다. 

도축장의 피와 도시의 붉은 네온사인, 자허의 빨간 책가방처럼 현실은 주로 불길한 어둠과 붉은빛으로 묘사된 것과는 대조적으로... 엄마와의 추억은 자연광을 극대화해 밝고 서정적인 톤으로 꾸렸죠. 

힘겨운 성장통의 서사는 그렇게 시각을 넘어 감촉으로 와 닿습니다.

1. 영화 <그 여름, 가장 차가웠던> 트레일러 
- https://youtu.be/33pNshzcZgo

방황하고 의심하고 탐색하며 여름을 보내는 소녀의 한때를 잘 짜인 이야기 구조로 포착해낸 신예 감독 저우 쑨.

그는 청소년 범죄에 대한 예리한 통찰력으로 긴장감 넘치는, 놀라운 완성도의 첫 번째 장편 데뷔작을 탄생시켰죠.

무엇보다 실화에서 모티브를 얻어 자신의 엄마를 죽인 소년을 만나게 된 소녀의 모습을 그린 강렬한 소재와 소녀와 소년의 극단적인 관계성은 스토리에 대한 흥미로움을 고조시켜줍니다.

영화는 주인공 소녀 자허가 이성적으로 계속해서 자신을 컨트롤하며 유레이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어 하는 본능, 엄마의 죽음을 스스로 받아드리고 이겨내는 방식, 

또 미성년자는 자신이 저지른 범죄에 책임지지 않는다는 사실에 대한 반응, 그리고 아빠와의 관계를 다시 만들어 나가는 성장의 과정 등을 시종 정치한 시선으로 담아내고 있죠.

이렇듯, 청소년 범죄사건을 중심에 두고 미성년의 치열한 성장담을 펼치는 영화
<그 여름, 가장 차가웠던>은 4:3 화면 속의 스타일리시한 미장센 또한  돋보입니다.

회화에서 영화로 전향해 이 장편 데뷔작을 만든 저우 쑨 감독은 보색을 활용한 과감한 조명과 자연광을 극대화한 촬영을 통해 서정성을 극대화했죠.


- https://youtu.be/jbbW3cZmjzA

저우 쑨 감독은 실제 사연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합니다. 

중국에서 어느 중년 여성이 묻지마 폭행을 당해 심각한 피해를 입었으나 범인이 정신질환자라는 이유로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사건이 있었죠. 

피해 여성의 딸이 온라인 사이트에 댓글을 쓰면서 사건이 알려졌고, 이후 가족들은 엄청난 치료비를 스스로 부담하고 빚을 갚아나가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당시 온라인상의 누군가가 14살 미만은 법적인 처벌을 받을 수 없다고 일러주자 소녀는 한동안 가해자를 미행하면서 그에게 휘발유를 뿌리려 시도했으나 결국 아무 일도 저지르지 않았다는 결말이죠.

“마음 깊숙이 얼마나 깊은 고민을 했을까, 그리고 무엇이 소녀를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게 했을까” 를 깊이 생각했다는 저우 쑨 감독.

그는 이름 모를 소녀를 위해 <그 여름, 가장 차가웠던>의 시나리오를 썼고, 이어 미성년의 치열한 성장담과 동시대 중국을 살아가는 소시민의 일상사를 엿볼 수 있는 독립영화로 직조해냈습니다.

저우 쑨 감독은 "내가 좋아하는 이언 매큐언 작가의 소설처럼 아주 하드코어한 스토리를 가볍게 써서 독자에게 신선하고 부드러운 감정을 느끼게 하고 싶었다" 라고 말했죠.

이어 " <그 여름, 가장 차가웠던>을 통해 이런 부분을 시도해 보고, 관객분들이 환경보다는 인물에 더 집중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4:3 화면 비율을 사용해봤습니다" 라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제22회 서울국제영화제는 저우 쑨 감독에게 감독상을, 제23회 상하이국제영화제는 배우 등은희에게 신인여우상을 안겨주었죠.

누구에게나 한번쯤 아로새겨진 열병의 계절, 그 여름 한철 동안 난생처음 느끼는 감정에 취해 배회하는 사춘기 시절 소녀의 모습이 영화가 끝난 뒤에도 잔상으로 남아 일렁입니다.

2. 영화 <그 여름, 가장 차가웠던> 뮤직 비디오 - 등은희 노래
https://tv.kakao.com/v/419924529

영화 속 클래식 음악을 주제로 '클래식은 영화를 타고' 칼럼을 쓰며 강의도 하고 있고, 조만간 책으로 출판 예정이라고... 현재 영등포문화재단 혁신경영관으로 재직 중이다.

- 李 忠 植 -

이상호 기자 sanghod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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