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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생의 도구’라 쓰고 ‘공예’라 읽다! 2021 청주공예비엔날레 개막

기사승인 2021.09.07  19: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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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일(수) 청주 문화제조창 및 청주시일원, 온라인 동시 개막

우리 삶을 이롭고 즐겁게 만드는 도구, ‘공예’가 가진 그 본연의 가치로 ‘공생’의 진정한 의미를 탐색하는 40일간의 여행. 2021 청주공예비엔날레가 국제공예공모전 시상식을 시작으로 대장정에 올랐다.

청주공예비엔날레 공식포스터 (사진=청주시 제공)

1999년 시작된 공예분야 세계 최초‧최대 규모의 축제는 이제 20여 년 동안 쌓아올린 시간의 궤적을 지혜삼아, 인류는 결코 각자 도생할 수 없다는 처절한 교훈을 던진 팬데믹 시대 앞에 ‘공생의 도구’를 꺼내 놓는다.

2021 청주공예비엔날레가 개막을 하루 앞둔 7일(화) 19시 주 전시장인 문화제조창 본관 5층 공연장에서 ‘제11회 청주국제공예공모전 시상식’을 갖고 축제의 서막을 알렸다.

이날 시상식은 안전 비엔날레를 기치로 내건 행사답게 조직위원장인 한범덕 청주시장을 비롯해 공모전 수상자들과 비엔날레 참여 작가 등 50명 내외만이 참석해(온라인 생중계 병행)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방역기준보다 강화한 방식으로 치러졌다.

청주시립예술단의 축하 공연에 이어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도종환 국회의원 등 20여명의 영상 축하메시지, 이번 비엔날레 주제를 담은 미디어 아트 퍼포먼스, 조직위원장 한범덕 청주시장의 개막선언 등으로 채워진 이날 행사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실시간 중계돼 랜선 관람객과 축제 전야의 분위기를 나눴다.

시상식답게 이날의 주인공은 역시 공모전 수상자들이었다. 국내외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대상작으로 결정된 ‘말총-빗살무늬’의 정다혜 작가는 상기된 표정으로 상패를 들어올렸다. “고향 제주의 전통 재료 ‘말총’에 대한 지난한 탐구가 의미 있는 한걸음을 내디딘 것 같아 가슴 벅차고 설렌다”는 소감을 전한 작가는 “전통의 재료와 기술이 ‘유물’이 아닌 ‘오늘’이 되도록 더욱 정진하겠다”는 각오를 덧붙였다.

청주국제공예공모전 대상에는 5,000만원의 상금이 수여되며 대상을 비롯한 총 114점의 작품이 비엔날레 기간 동안 관람객을 만난다.

공모전 대상 정다혜 2021 말총-빗살무늬_말총(사진=청주시 제공)

8일(수) 오전 10시 개장식과 함께 본 궤도에 진입하는 2021 청주공예비엔날레는 세계 32개국 309명의 작가들이 참여해 ‘공생의 도구’를 주제로 1,192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코로나 팬데믹 한가운데 막을 올렸기에 사상 첫 온라인 비엔날레를 병행하게 된 이번 행사는 직관과 랜선 관람에 감동의 차별을 두면서도, 작품이 전시장에 놓이기 이전의 시간을 엿보는 ‘비하인드 적’접근으로 위드코로나 시대 국제 전시의 새 지평을 연다.

코로나19로 국내외 관람객의 직접 방문이 제한적인 만큼 본전시를 비롯해 초대국가관, 국제공예공모전, 충북공예워크숍, 크래프트 캠프, 미술관 프로젝트 등 모든 프로그램을 공식 홈페이지(www.okcj.org)를 통해 공유한다.

360도 VR촬영으로 전시장에 온 듯 둘러볼 수 있게 한 VR갤러리는 기본, 모바일 앱 오디오 가이드(큐피커) 운영, 작가의 작업과정 및 인터뷰 영상 등으로 랜선에서도 이해도 높은 전시 관람이 가능하도록 했다.

특히, 실내인 전시장을 드론으로 촬영해 관람자에게 신선한 시각을 제공하는 <드론 투어>는 국내외 어느 국제전시에서도 유사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시도로 이번 온라인 비엔날레의 시그니처 콘텐츠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더불어 작가가 재료를 다루는 순간부터 최종 작업에 이르는 과정까지의 ‘소리’를 극대화해 새로운 감각의 공예를 만나게 하는 <ASMR 공예>,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촬영한 <브이로그 공예> 등 색다른 온라인 관람 방식은 팬데믹 시대를 정면으로 돌파하는 글로벌 비엔날레의 진화를 엿보게 할 것이다.

다양한 온라인 콘텐츠도 매력적이지만 현장에서만 만날 수 있는 ‘비 마이 게스트’, ‘공예탐험 – 바닷속으로’등 본전시 연계 공예문화 향유프로젝트와 충북공예워크숍의 체험, 공예마켓 등은 랜선에서는 해소할 수 없는 ‘경험하는 공예’의 즐거움을 관람객에게 선사할 예정이다.

이번 비엔날레는 그 어느 때보다 ‘공예’의 본질에 다가섰다. 인간의 삶을 이롭게 하기 위한 ‘도구’에서 출발한 본연의 자세를 각성하고, 그 ‘도구’를 어떻게 대하고 사용해야 인류가 더불어 행복할 수 있는지, 본전시를 연출한 임미선 예술감독은 이들의 작품에서 그 해답을 함께 발견하고자 한다.

(공생)솜폰 인타라프라용_개미튜닉 (사진=청주시 제공)

뜨개질로 해양 생태계를 창조하는 인도네시아의 작가 ‘물야나’, 천연 염색과 손바느질로 독특한 패턴의 의상과 액세서리를 만드는 태국의 작가 ‘솜폰 인타라프라용’. 전혀 다른 작품 세계를 가진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공예작업을 통한 공생의 실천이다. 스케일 있는 작업을 선보이는 두 작가는 자신의 작업을 지역 커뮤니티와의 협업으로 완성하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수익금으로 어려운 지역 아동들의 교육사업을 지원하는 등 사회적 환원에도 관심을 둔다. ‘공생’이야말로 공예가 가진 가치이자 최고의 미덕이며 오블리주(도덕적 의무)라 믿는 이들의 작품은 그래서 온기가 있다.

(도구)김현숙_마이크로파지의 역습 (사진=청주시 제공)

수천수만 번, 온 몸이 저릿해지는 두드림으로 정성스러운 은 기물을 완성하는 작가 김영옥은 이번 비엔날레에서 ‘2인용 반상기’를 선보인다. 식사 도구, 본연의 역할에 가장 충실한 작품. 그러나 그 속에는 팬데믹으로 온 지구를 뒤덮고 있는 일회용 포장용기들에 대한 경고와 생명을 유지하는 음식에 대한 경외가 오롯이 담겼다. 그 철학은 김현숙 작가의 ‘마크로파지의 역습’에도 관통한다. 동물의 체내에서 면역을 담당하는 중요한 세포지만 과다 섭취된 유전자변형농산물에 의해 인간의 세포를 파괴하는 존재로 변이한 마크로파지. 풍족함을 위한 인간의 이기적인 욕망을 도자로 빚어낸 작가는 묻고 있다. 인간답게 살기 위해 당신은 과연 어떤 도구로, 무엇을 먹을 것인지.

포르투갈 작가 바네사 바하가오의 재료는 섬유공장에서 버려지는 자투리 천이다. 과다하게 생산하고 유행에 따라 가차 없이 버리는 섬유 산업이 야기하는 환경 문제에 대해 작가는 버려지는 천위에 크로셰, 펠트, 직조, 자수 등 모든 직물 기법을 활용해 자연을 그리고 다시 숨을 불어넣는 방식으로 이의를 제기한다. 금속을 전공한 이혜선은 아주 우연한 기회에 제주에서 진행된 바다 쓰레기 전시회를 보고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후 해변정화 활동 일명 ‘비치코밍’을 통해 바다에서 수도 없이 버려지는 플라스틱 부표를 수집하고, 그 해양 쓰레기에 다시 빛을 불어넣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버려지는 물건, 혹자는 쓰레기라 부르는 재료를 사용하지만 두 작가의 작품을 보고 재료를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은 결코 없다. 공예는 그렇게 ‘공생의 도구’가 된다.

이처럼 ‘공생의 도구’에 대한 동시대 공예작가들의 해석이 담긴 본전시는 ▷1부. 노동 _ 사물의 고고학 ▷2부. 생명 _ 일상의 미학 ▷3부. 언어 _ 감성의 분할 ▷4부. 아카이브 _ 도구의 재배치, 총 4개의 섹션으로 공예의 지속가능한 미래 가치와 폭넓은 스펙트럼을 조명한다.

조직위원장 한범덕 청주시장은 “팬데믹이라는 지난하고도 값비싼 희생을 치르고서야 우리는 비로소 ‘공생’이라는 두 글자에 담긴 진정한 가치를 깨달았다”며 “인류의 생존과 지구의 내일을 위협받는 위드코로나 시대, 2021 청주공예비엔날레가 상처 입은 세계인을 치유하는 희망과 용기의 메시지가 되기를 ‘공생의 도구’인 ‘공예’의 이름으로 기원한다”고 초대의 말을 전했다.

8일 막을 올린 2021 청주공예비엔날레는 ‘공생의 도구’를 주제로 오는 10월 17일까지 40일간의 여정을 이어간다. △본전시 △국제공예공모전 △초대국가관 △공예마켓 △충북공예워크숍 △크래프트 캠프를 비롯해 청주의 7개 국공사립미술‧박물관이 함께하는 △미술관 프로젝트로 청주 문화제조창과 도심 일원을 넘어 온라인까지 공예의 향기로 물들인다. 

 

한광현 선임기자 aaa7711@hanmail.net

<저작권자 © 축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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