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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엉샘의 생태이야기-21021] 송이도에서 길을 잃다

기사승인 2021.07.17  20:3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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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하건데,
그랬네.

1시간 40분 배를 타고 송이도에 첫 발을 내 딛는 순간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들어 온 듯한,

오래된 영화 속으로 들어 온 듯 한 환상에 빠졌어.

숙소에 짐을 풀고 비 오는 길을 나서다 자석에 이끌리듯 

마주하게된 거대한 두 그루 팽나무님.
어머니같은 팽나무님을 만난 순간 뭉친 마음이 풀어져 안온해졌지.

보고 싶던 왕소사나무 군락지 가는 길, 길은 풀에 가려 사라지고 그저 방향만 보고 비를 맞으며 걸어갔어.

눈앞에 펼쳐진 정글,
왕소사나무 숲이야.
몇 년을 내버려 두었을까?
풀은 이제 안내판까지
집어삼킬 기세네.

하늘을 울창하게 가린 왕소나무들이 비와 바람에
맞춰 춤을 춰.

살아 있는 나무들이 추는 격렬한 춤사위...

아름다웠어.

경외롭고 두려웠어.

그 숲을 나서다 길을 잃었네.

길은 사라졌고 인간은 이제 그만 들어오라는 듯 사나운 산딸기와 찔레덤불이 바람에 일어나 길을 막았지.

산을 오를 때 먼빛으로 눈맞춤 해두었던 커다란 팽나무 고사목이 아니었으면 오래 숲길을 헤매고 다녔을 거야.

죽어서도 숲을 지키고 선
저 빈 가지를 방향 삼아 
없는 길을 내고 숨은 길을 찾아 

다시 인간의 길로 내려왔네.

코끼리 바위가 눈에 선한
아름다운 큰내끼를 어찌 잊을까.

가슴 속까지 시원하게 내리는 비를 맞으며 갯벌 위를 춤추고
다녔던 그 순간을 어찌 잊을까. 

커다란 백합을 캐고 
동죽을 캐던 살아있는 갯벌의 감촉을 어찌 잊을까.

비와 함께한 여행이 
불편마저도,
젖고 젖어 축축한 시간들도 즐겁고 행복했으니
우리는 잠시 자연과 하나가 되었던 게지?

길을 안내해주던
나이를 헤아릴 수 없게 웅장하던
죽은 나무님을 기억해.

가슴에 뚫린 눈으로 나를 바라보던 34번 왕소사나무님을 기억해.

그 숲을 나오며 만났던 
두 그루 팽나무님을 기억해.

마을 습지에 폭풍의 언덕 히드꽃처럼 누웠다 다시 일어나 흔들리던 산조풀을 기억해.

흰 몽돌해변,
바람에 날아 온 접시꽃 
한 포기가 피워낸 분홍빛 사랑을 기억해.

시간은 나를 다시 과거에서 현재로 데려다 놓았네.

어느새 
그리움으로 눈시울이 찡한
안녕, 송이도...


이상호 기자 sanghodi@hanmail.net

<저작권자 © 축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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