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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식의 '클래식은 영화를 타고' 21006] '당신의 기억은 행복한가요?'

기사승인 2021.04.10  09:4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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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 Attila Marcel

자못 특이한, 좀 더 자세히 말해 아주 별난 이 영화는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의 중의적인 구절과 함께 시작합니다.

"기억은 일종의 약국이나 실험실과 비슷하다. 아무렇게나 내민 손에 어떤 때는 진정제가, 어떤 때는 독약이 잡히기도 한다.”

과연 기억이 우리를 슬프게도 또 기쁘게도 만들 수 있을까요? 

실뱅 쇼메 감독은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을 통해 과거의 진실을 대면하려면 독약과 진정제, 모두 먹을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보기 드문 재능을 지닌 청년 피아니스트 폴 마르셀(귀욤 고익스 분).

쌍둥이 이모들은 그런 조카를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로 만들려고 하지만... 폴의 피아노 연주는 기예에 가깝죠.

텅 빈 눈동자로 영혼 없는 연주를 할 뿐인 폴은 
별 야심이나 희망 없이 매일매일 이모들의 댄스 교습소에 출근하여 자바, 왈츠와 미뉴에트의 심심한 반주나 해주는 게 전부입니다. 

한데... 폴은 겨우 두살 때 부모를 사고로 잃었는데, 그 쇼크로 서른 세살 어른이 되어서도 실어증을 앓고 있죠. 

폴의 삶 속 유일한 낙(樂)은 과자 슈게트를 먹는 것으로, 그가 감정을 유일하게 표현하는 경우란 슈게트가 없어 짜증을 낼 때입니다. 

어느날 폴은 두 이모가 마련한 집안 잔치에서 연주를 하다가 슈게트가 떨어지자 그만 화가 나서 집을 나서죠. 

마침 엘리베이터가 고장나 계단을 내려가다가 
마주친, 맹인 피아노 조율사가 떨어뜨리고 간 레코드판을 가져다주기 위해 아파트 3층의 열린 문으로 따라 들어간 폴...

그는 작은 방에 자기만의 비밀스런 실내 정원을 꾸며놓고, 거기서 키운 허브로 차를 만들며 사는 나탈리 프루스트 부인(안느 르 나이 분)을 만나게 됩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녀가 내오는 차를 마시고, 또 갓 구워낸 마들렌을 먹으면 사람들은 최면 상태에 빠지며 그동안 잊거나, 회피했던 기억이 되살아나게 되죠. 

폴 마르셀과 마담 프루스트의 만남... 이 의도적인 이름 짝짓기에서 우리는 자연스레 '마르셀 프루스트' 를 떠올리게 됩니다. 

폴은 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속 주인공이 그랬던 것처럼 “홍차에 적신 마들렌이 입에서 녹아요” 라고 말하며 혼곤히 잠들죠.

친절하게 비밀 처방을 내려준 마담 프루스트 덕분에 폴은 과거의 상처와 추억을 모두 떠올리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 네 엄마는 여기(머리)에 있어. 네 기억의 뿌연한 물 속에... 기억은 물고기처럼 물속 깊이
숨어 있단다. 그 기억들을 낚아올릴만한 미끼로 뭐가 좋을까?"

그러곤, 음악이 흘러나오는 뮤직박스를 폴에게 흔연스레 건네죠.

" 바로 이거야! 기억은 음악을 좋아하거든..."

- 마담 프루스트의 '기억이란?' 신
https://youtu.be/jvM51-uad9k

프루스트 부인은 이제 물고기 밥은 준비됐으니 
낚시도구가 있어야 한다며 허브차와 마들렌을 내밀고, 상담료로 50 유로를 제시합니다.

"굳이 기억을 낚고 싶지 않다면 아스파라거스 차나 마시든지?"

폴과 마담 프루스트의 만남은 그렇게... 이어지면서 폴을 둘러싼 사연을 내밀히 드러내게 하죠.

이러한 시퀀스들은 폴의 성장 과정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기도 합니다만... 

여기에 프루스트 부인의 아픈 사연이 겹치면서
‘상처’ 를 둘러싼 사람들의 아름다운 동화가 품어지죠. 

말없이 표현되는 장면들은 무성 코미디 영화의 영광을 은근슬쩍 재현하며 자크 타티와 버스터 키튼의 발자취를 엿보게 해줍니다.

어느날 폴은 책상에서 ' 네 엄마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음 - 프루스트 아줌마' 라 적힌 메모를
발견하지요.

폴의 책상은 무엇인가에 가로막혀 있던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끊임없이 과거를 반추해보는 공간였습니다. 

물론 그의 노력은 매번 헛수고에 머물렀지만….
엄마는 과연 어디 있을까요? 대답은 간단한데, 폴의 머릿속 저 깊은 기억의 심연에 어머니가 숨어있던 겁니다. 

사실 그곳에는 어머니뿐 아니라 아버지도 있고 심지어 비극적인 부모의 죽음까지 들어있죠. 

문제는 '어떻게 그곳까지 찾아가는가' 입니다만... 바로 그 순간 마담 프루스트가 폴에게 축복처럼 나타난 것이죠. 

반면, 폴이 과거의 기억에 점점 더 가까이 다가설수록 애니 이모(베르나르데 라퐁 분)와 안나 이모(엘렌 뱅상 분)의 불안감은 커져만 갑니다. 

폴은 슈케트를 사러 나간다면서 4시간이나 있다 돌아오질 않나, 넋이 빠진 채 한참을 앉아 있고,  춤 반주를 하다 말고 갑자기 거리로 뛰쳐나가기도 하죠. 

'혹시 마약에 중독된 것은 아닐까요?'

실뱅 쇼메 감독은 이런 모든 우려를 껴안으며 처방을 건네줍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기억을 회복해서 왜 오늘의 네가 이 모양 이 꼴이 됐는지 알아내야만 한다. 

만일 겁이 나서 덮어두고 산다면 너는 공허한 삶에서 영원히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프루스트 부인을 만나기 전까지 폴의 하루하루 삶이 한심했던 것처럼..."

영화의 절정부에서 마담 프루스트의 치료를 받은 폴이 콩쿠르 연주 도중에 대면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무의식의 그림자, 그 짙은 잔상들이죠. 

폴의 연주는 그런 형식의 굴레에서 벗어나지만 또 다른 형식의 날개를 만들어냄으로써 대상을 받습니다.

그러나 폴의 기억 습득은 동시에 독이 되기도 하죠. 

콩쿠르 우승을 기념하는 파티를 앞두고 폴은 서둘러 마지막 기억 여행 속으로 빠져듭니다만...

급기야, 펼쳐진 무의식을 통해 위층에 사는 이모들의 피아노가 천정을 뚫고 내려와 부모님을 덮쳐 압사케 했던 비극적 사건과 맞닥뜨리죠.

이 충격은 폴에게 견딜 수 없는 고통을 안깁니다. 

크루진스키 피아노 선생님 충고를 따라 자신의 피아노 연주를 예술로 승화시켰던 폴...

그는 안타깝게도 피아노를 더 이상 칠 수 없게 되죠. 

피아노는 폴에게 이모들이 강요한 초자아의 상징이자, 부모의 죽음을 초래한 원인이었으며 현재의 삶을 무겁게 짓누르는 억압이기도 했습니다. 

거의 자해에 가까운 몸부림으로 손가락이 으스러진 폴은 피아노 연주를 포기하게 되죠. 

피아니스트로서의 삶을 살 수 없게 된 것, 자신의 재능을 앞으로 발휘할 수 없게 된 삶이 약인지 독인지 알 수 없으나... 

여하튼 폴은 자신의 신체를 잘라버림으로써 역설적으로 갱생할 수 있게 된 겁니다. 

폴은 암으로 세상을 떠나간 프루스트 부인의 묘소에, 수선(修繕)한 그녀의 우쿨렐레를 들고 찾아가죠.

박제된 치와와가 덩그러니 놓여진 그녀의 묘비엔 '일시 고장' 이라 적혀 있습니다.

마치 폴과 프루스트 부인 아파트의 자주 말썽난 엘리베이터 문에 붙였던 안내문처럼 말이죠.

이제, 폴은 피아노를 잃은 대신에 프루스트 부인의 길을 따라 우쿨렐레 강사로 살아갑니다. 

- 실뱅 쇼메의 우쿨렐레를 위한 'Air du moustique 2'
https://youtu.be/EWKOaQ6oHAk

'연주를 잘하진 못하지만 즐길 수 있으니 좋다' 고 했던 프루스트 부인의 말처럼, 폴은 그 삶을 편안히 즐기죠. 

그리고... 진정한 자기와 마주합니다.

프루스트 부인이 죽기 전에 폴에게 던지는 충고는 실로 간단했죠. 

“네 인생을 살거라(Vis ta vie)!”

1. <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 트레일러
https://youtu.be/SdyhdNmBTwk

'잃어버린 남자의 기억을 탐구합니다'

영화 초반에 의미심장하게 드러나는 이 메시지에 관객들은 자연스레 자신의 추억에 손을 내밀며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에 발을 들여놓지요.

건물의 3층과 4층 사이 어딘가 비현실적인 세계에 존재하고 있는 것만 같은 프루스트 부인의 집에 폴이 들어가 그녀의 정원을 발견하고 차를 마시며, 또 마들렌을 먹는 순간....

관객들은 마치 자신이 폴이 된 것처럼 무의식의 세계로 들어갈 준비를 하게 됩니다. 

바로 여기에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의 유니크함이 존재하죠.

답답한 현실을 잠시 잊게 해주는 '기억 탐구' 라는 독특한 소재와 차에 적신 마들렌으로 펼쳐지는 환상적인 기억의 세계...

그 기억의 수면 밑에 가라앉아 있는 잃어버린 이미지의 조각들에 관객의 눈과 마음이 열리기 시작합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는 것은 창조의 과정일진대,
이렇듯 계속 창조되는 과거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미래가 결정될 터...

우리의 끔찍한 기억 또한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죠.

어쩌면 실뱅 쇼메 감독은 영화를 통해 " 기억을 ‘트라우마’ 로 얘기한다면 계속 고통스럽고, ‘역경’ 으로 삼는다면 변화의 원동력이 될 것이다" 라고 말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현재의 소소한 일상들은 어느덧 과거가 되고 기억 속에 가라앉아 찬란한 순간들로 변하죠. 

그렇기 때문에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은 현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역설적으로 알려주는 ... 곧, 비움과 채움을 이야기하는 작품으로 읽혀집니다.

마담 프루스트의 정원을 만나 무의식의 문을 열고 들어간 폴처럼... 일상에서 ‘일시 고장’ 이 나야 다른 계기가 찾아 온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죠.

- 메인 예고편
http://naver.me/G9EmFlTw

프루스트 부인의 정원을 지키는 늙은 귀머거리 개의 행동은 특이하죠. 

그녀는 손님이 들어올 때는 가만히 있고 나갈 때만 짖는다고 개를 타박합니다. 

그 개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입문>에 나오는 ‘의식의 방’ 과 ‘무의식의 방’ 사이를 지키는 문지기를 연상케 하죠. 

무의식의 방으로는 마음 먹은대로 들어올 수 있지만 의식의 방으로 나가는 것은 마음대로 할 수 없습니다.

- 티저 예고편
http://naver.me/FPX6hZ8s

- 기억을 잃은 폴, 행복을 찾아주는 프루스트 부인
http://naver.me/x619O8gF

실뱅 쇼메가 직설이 아닌 동화적인 화법으로 에둘러 담아낸 <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

영화 속 대다수 인물들은 일상적이고 평온한 삶을 살지만 동시에 병들어 있는... 정돈되고 
텅 빈 삶의 굴레에 갇혀 불행하면서도 한편으론 편안함을 느끼는 존재들입니다.

하지만 마담 프루스트는 드물게도 자신이 원하는 걸 명확히 인지하는 사람이죠.

그녀는 자신을 공원의 오래된 커다란 병든 나무와 동일시합니다. 

그 나무는 공원을 찾는 사람들에게 그늘을 드리워주고 쉼터를 제공하지만 공무원은 나무가 너무 늙어 병들었으니 자르겠다고 말하죠. 

이 고목처럼 암으로 병들어 죽어가던 프루스트 부인은 나무를 병든 상태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녀는 천국은 존재하지 않으며 이 땅에서 천국을 실현해야 한다고 공원에서 시위를 벌이죠. 

이처럼, 있는 그대로의 자신과 현실을 볼 수 있고 인정하는 프루스트 부인의 삶을 향한 태도는 도식적인 규율이 강요하는 가상에 휘둘리지 않으며, 또 그만큼 자유롭습니다. 

검열을 거쳤지만, 왜곡되고 변형되었던 기억을 거둬낸 끝에 과거를 직시하고 현재를 바라볼 수 있게 된 폴...

그는 그제서야 마담 프루스트의 바람대로, 휘둘리지 않는 자신만의 삶을 살게 되죠.

- 뮤직비디오
http://naver.me/5OFlrXu1

영화의 첫 장면에서 폴의 아버지가 쳐다보고 있던 그랜드 캐니언이 그려진 포스터는 무의식의 상징이었을지 모릅니다. 

영화의 엔딩 신에서 아버지가 된 폴 또한 그랜드 캐니언을 보고 있죠. 그는 이제 무의식으로부터 도망치지 않습니다. 

그리고 첫 대면에서부터 성적으로 자신을 유혹했던... 리비도에 솔직한 중국 여자 미셀과 결혼해서 낳은 아이를 보며 사랑스럽게 ‘아빠’ 라고 말해주죠. 

행복하든 불행하든 간에 폴은 자신과 당당히
대면할 수 있었고, 자기만의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게 된 겁니다. 

그는 자신의 기억의 뿌리를 더듬어감으로써 '좀처럼 치유되기 어려웠던 멜랑콜리의 근원' 을 잡아낼 수 있었던 것이죠. 

그는 이제 우울하지 않습니다. 행복했고, 동시에 불행했던 과거와도 대면했고... 그럼으로써 과거를 떠나보내고 현재를 살 수 있게 됐기 때문이죠.

2. <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 사운드 트랙

2-1. 'Boeuf les frogs' : 실뱅 쇼메
- '기억은 음악을 타고' 시퀀스 
https://youtu.be/WsA785uEAuI

폴은 '잃어버린 기억' 에 접속하기 위해 매주 목요일,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에 들려 차와 마들렌을 먹습니다.

영화의 원제는 '마르셀 아틸라' 로 극중 폴의 아버지 이름입니다만... 

베르디 9번 째 오페라 제목이기도 한 '아틸라' 는 5세기 중반 유럽에서 '신의 정벌' 이라 불리던 공포의 훈족 왕이었죠.

폴은 엄마를 학대한 걸로 오해한, 레슬러 출신의 아버지에 대한 분노와, 엄마에 대한 그리움으로 정상적인 삶을 살지 못합니다.

실어증에 걸린 채, 감정 표현도 없이 오직 기계적으로 피아노만 칠 뿐이죠.

이렇듯 건강하지 못한 기억으로부터 자신이 해방될 때 비로소 진정한 삶을 살 수 있을 터... 

폴은 진짜라고 착각하는... 어쩌면 만들어진 세계, 선택된 사건의 자기반영적(self- reflected) 환영 속에서 고통스럽게
허우적거립니다. 

그러나 폴은 마담 프루스트 도움으로 기억을 떠올리게 되고, 그 기억의 소환을 통해 서서히 고통보다는 평온함과 행복을 맛보게 되죠.

영화 속에서 폴은 딱 두마디를, 그것도 오프닝과 엔딩 시퀀스에서 말합니다.

그건 바로 '아빠' 라는 단어로... 앞장면은 아들로서, 또 뒷장면은 아버지 입장으로서의 상반된 구도를 보여주고 있지요.

무서움과 고통, 그리고 행복감과 평화스러움의
감정이 엇갈리며 교차되는 식으로 말입니다.

극중에선 주인공의 기억에 대한 관점이 바뀌면서, 현실에 반영되며 변모하는 부분이 많이 등장하죠.

프루스트 부인은 폴의 집에 몰래 들어가서 
대대손손 피아니스트였던 폴 집안 사람들의 초상화를 노려봅니다. 

그것들이 폴의 무의식 속 억압기제였음을 알고 있는 그녀는 폴의 침대에 걸린 십자가를 곰돌이 인형으로 바꿔놓고 나오죠

마침내 아버지와 어머니의 조화로운 모습을 보게 된 폴은 이전에 아버지가 찍힌 부분을 잘랐던 사진을 복원하기에 이릅니다.

그리고, 시종일관 무표정하던 모습을 벗어나 웃음을 되찾게 되죠.

또한 가까운 사람들에 이외에는 굳게 닫았던 마음도 조금씩 열어갑니다.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은 전작 <벨빌의 세 쌍둥이>, <일루셔니스트>와 같은 유명 애니메이션 감독 실뱅 쇼메가 연출한 첫번째 장편 실사 극영화라는 점이 주목할 만하죠.   

<아멜리에>, <사랑해 파리> 등 낭만적인 프랑스식 극영화를 주로 만들어온 제작자 클로드 오자르, 그리고 <러브 미 이프 유 데어>의 촬영 감독 앙트완 로슈와의 화학적 협업도 돋보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영화 전반의 색감들이 원색적이고 찬란하면서도 환상적이죠 

어떤 인물들은 마치 동화에서 막 튀어나온 것 같습니다.  

특히 폴을 사랑하지만 그만큼 강압하기도 하는 두 이모의 고집스러운 인물형이 그러하지요. 

음악이 홍수를 이루는 격으로... 디스코, 클래식, 라틴, 재즈 등 다채로운 장르의 스코어들은 화면을 충일하게 채우며 얘기해주고 있습니다.

“기억을 불러내는 장치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음악이다. 잃어버린 시간은 과연 과거일까? 현재에서도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이 있는 건 아닐까?”

영화는 기억을 소재로 하여 애니메이션과 동화, 뮤지컬 요소들이 서로 어우러지며 유쾌하고도 미려한 정겨움을 자아냅니다.

OST의 상당수를 직접 작곡한 실뱅 쇼메 감독은 설명하죠.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은 뮤지컬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피아노 연주곡을 만든 프랭크 몽발레 음악감독과 함께 각자의 캐릭터에 각각의 테마를 부여했죠.”

2-2. 프랑크 몽발레 'Valse des souvenirs'
https://youtu.be/wlnBXSdNfDE

폴은 '고독한 늑대 별명' 의 당찬 여성 첼리스트인
미셀과 함께 '얼후와 피아노를 위한 2중주' 를 연주합니다. 

2-3. 실벵 쇼메 'Air du moustique'
https://youtu.be/xKeULSQhkW4

프루스트 부인은 틈이 나면 공원의 커다란 나무 앞에 앉아서 우쿨렐레를 연주하죠.

2-4. '폴의 협주곡'(Cinterrogation de Paul)
: 프랑크 몽발레
https://youtu.be/FczDkDZAlrI

평범한 피아노 연주로 시작하여 개구리 밴드가 등장하면서 즉흥 재즈로 바리아시옹됩니다.

어렵사리 콩쿠르 결선에 참가한 폴은 차를 마시며 보았던 가장 나쁜 기억인, 개구리 인형들이 여전히 옆에서 괴롭히는 환영을 보게 되지만...

끝까지 완주하면서, 결국 개구리 인형들과 함께 '조화의 협주' 를 성공리에 마치게 되죠. 

그렇게... 과거의 기억과 마주하며 상처를 온전히  치료하고 극복해낸 폴은 이제 피아노에 꽃을 가득 심습니다. 

이모들이 원했던 바를 이루어주고, 자신의 고통
또한 치유했으니 지금부터는 피아노를 치료해줄 차례인 것이죠. 

이제 폴에게 집에 있는 피아노는 악기로서의 피아노가 아니라 추억의 상징물이 된 겁니다.

2-5. 'Ni l’un ni l’autre'(필요한 건 그뿐이에요)
: 베르나데트 라퐁
https://youtu.be/QiCU-ab7Pyw

폴을 피아니스트로 키우겠다는 이모들과 아코디언을 연주케 하라는 아빠 친구...

하지만 엄마는 아들이 하고 싶은 것을 선택하게 하겠다고 말하죠.

그 와중에 아빠는 아기 앞에서 담배 연기를 뿜어댑니다. 

2-6. 레오 들리브 오페라 < 라크메 - Lakme > 중
'꽃의 2중창'(Duo des Fleurs : Flower Duet) 
- https://youtu.be/8m4RTZNZX9E

화면을 포근하게 감싸안는 실뱅 쇼메와 프랑크 몽발레의 오리지널 스코어와 더불어, 장중내내
흐르는 아리아죠.

피아노와 오케스트라 연주로도, 또 쌍둥이 이모들이 방과 교습실, 해변에서 수시로 흥얼거리는 '라 라라라' 허밍에도 실립니다.

실론 섬 사원의 브라만 신부 딸 말리카와 영국 청년 장교 제럴드의 비극적 사랑을 그린 들리브의 오페라 < 라크메 > 1막, 

라크메와 하녀 말리카가 배를 타고 연꽃을 따러 가면서 부르는 고혹적인 듀엣이죠.

- https://youtu.be/M9NK-EbUAao
: 안나 네트렙코 ,  엘리나 가랑차, 
마르코 아르밀리아토 지휘 SWR 심포니 오케스트라 / 바덴바덴

2-7. 베르디 오페라 < 라 트라비아타 > 중 1막
'축배의 노래'('Brindisi' : 'Libiamo, ne’ lieti calici') - 후안 디에고 플로레스, 디아나 담라우
: 야닉 네제 세갱 지휘 메트오페라
https://m.youtube.com/watch?v=afhAqMeeQJk&feature=youtu.be

- 베네라 지마디에바, 마이클 파비아노
: 마크 엘더 지휘 글라인드본 오페라  
https://youtu.be/UZvgmpiQCcI

기억 여행을 위해 매주 목요일 프루스트 부인의 집을 찾게 된 폴은, '동물 박제사' 가 원래 꿈이었다는 한 의사를 만나게 되는데... 이때 '축배의 노래' 가 잠짓 슬며시 끼어듭니다.
 
2-8. 쇼팽의 연습곡(Étude) G-플랫장조,
Op.10 - 5번, '흑건' : 발렌티나 리시차 피아노
http://naver.me/FFwE4qCZ

오른손이 한 음을 제외하고 검은 건반만을 연주한다는 데서 비롯한 '흑건'(黑鍵 - czarne klawisze : black keys)이라는 별칭으로 유명하죠. 

폴의 마지막 콩쿠르 출전을 앞두고 이모들의 극성으로 초대된 피아노 스승 크루진스키...

콩쿠르 심사위원장이기도 한 그는 폴이 연주한 쇼팽의 연습곡 '흑건' 을 듣고 나선 나름 전문가다운 평을 내립니다.

" 네, 좋아요. 아주 좋은데요... 저 빛! 빛의 공백에는 윤곽이 없죠. 빛은 모든 걸 삼키고 소화시켜요.

음악이란 그저 듣는 것만이 아닙니다. 눈의 망막을 태우는 거죠. 피아니스트는 영혼의 방화광이랍니다. 

바로 범죄자죠! 피아노를 잘 치려면 범죄자가 돼야 합니다. 쓰레기가 돼야 한단 말에요!"

그러곤 덧붙입니다. " '빛' 을 꼭 기억해요!"
 
크루진스키는 폴을 지도하면서 그의 실력은 뛰어나지만 무엇이 부족한지를 암시하는 말을 해준 겁니다. 

" 피아노 연주는 단순한 기교로만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쓰레기 같은 무의식의 욕망을 도둑질해서 모든 것을 아우르고 감싸서 내놓아야 비로소 '예술' 이 된다" 고 말이죠.

2-9. 엔딩 크레딧 곡 I. '폴의 왈츠'(La Valse de Paul) - 손여은 피아노
https://youtu.be/hyV7Xs0Min4

2-10. 엔딩 크레딧 곡 II. 'Attila Marcel' 
- 나디아 드자벨라
https://youtu.be/FIP5v-r4ZUI

영화 원제이기도 한 'Attila Marcel' 은 실뱅 쇼메의 전작 < 벨빌의 세 쌍둥이 > OST 중 한 곡이었습니다. 

‘내 남자는 진짜 사나이, 강하고 아주 건장한 남자, 난 가까이에서 죽음을 본다네, 이글이글 타오르는 그의 눈빛 속에서' 란 가사의 상큼발랄한 노래죠. 

- (Version chinoise) 첸 리 칭 노래
https://youtu.be/x83JeWANkq8

영화 속 클래식 음악을 주제로 '클래식은 영화를 타고' 칼럼을 쓰며 강의도 하고 있고, 조만간 책으로 출판 예정이라고... 현재 영등포문화재단 혁신경영관으로 재직 중이다.

- 李 忠 植 -

이상호 기자 sanghodi@hanmail.net

<저작권자 © 축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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