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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생뚱맞지도 않은 박근혜의 옥중 편지

기사승인 2020.03.06  12:5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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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 3일 의외의 뉴스가 떴다. 전날 청와대로 찾아 와 100분 간 정상회담을 한 아베 일행이 인사동으로 가서 한식으로 점심 식사를 했다는 것이다. 그럴 수 있는 일이지만 식사 시간에 집으로 찾아 온 손님을 그냥 내 보내는 것은 적어도 '우리 식'의 예절이 아니다. 

이 사실에 당시 청와대는 '식사는 일정에 없었다'는 간단한 코멘트를 했지만 환대하는 모습이 국민감정을 헤칠 우려가 있었다는 해명도 흘러 나왔었다. 

그 보다 두 달 전인 9월 3일 박근혜는 북경으로 가 중국의 전승절 기념식에 참가하고 극진한 환대를 받았다. 중국의 승전은 일본의 패전이므로 일본의 극우 정파에겐 뼈 아픈 날일 수 밖에 없다. 한편 중국의 인민해방군은 6.25 사변 때 국군이 압록강에서 만난 바로 그 중공군이므로 역사의 아이러니이기도 하다.

박근혜는 대선에 나서면서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바꾸고 당의 색깔도 빨간색으로 바꿨다. '박근혜가 바꾸네'라는 캐치프레이즈에 중도층의 경계심이 허물어졌다. 그러니 박근혜의 친중 행보는 그냥 '자연스러움' 그 자체였다.

'뼈속까지 친일이라 했던 이명박'과는 너무 다른 박근혜의 행보에 아베는 몸이 달았던 것 같았다. 곧장 날아 와 양국 관계를 개선하려 했지만 위반부 문제 처리에 대한 견해 차이로 회담은 결렬되고 박근혜는 더욱 중국을 향한 가속 패달을 밟았다.

그러나 박근혜의 골든타임은 너무도 짧았다. '순진한' 이웃 나라 여자 대통령을 끌어 당기려 했던 중국의 기도는 미국의 개입으로 파탄이 나고 한국의 외교권은 을사늑약 수준으로 잠정 박탈되는 듯 했다. 그 다음 일본과의 위안부 합의 및 지소미아 체결과 미국 사드 배치가 거침 없이 진행되었다. 

박근혜는 이번 옥중 편지에서 북핵과 우방국과의 관계악화를 우려했다. 이 땅 보수의 주장이 축약된 정치코드이긴 하지만 국민들의 반응이 같은 수는 없다. 그러면서 현 정부를 '독선적'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사람마다 친구가 다르 듯이 외국, 특히 일본에 대한 입장 차이는 분명히 날 수 밖에 없다. 

해방 이후의 경제발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미ㆍ일이 주도하는 서방경제진영에 편입된 자체를 가치있게 생각할 수 있다. 반면, 일본에 나라를 뺏기고 일본이 벌인 전쟁터로 끌려 다니며 죽은 동포를 생각하면 지금도 '은인'처럼 구는 일본이 달가울 수 없는 사람도 많다. 
박근혜 자신도 취임 초기엔 일본에 대한 국민의(어쩌면 자기의) 불편한 감정을 굳이 가리려고 하지 않았다. 낳아 주고 길러 준 부모와 자식간에도 칼부림이 날 수 있듯이 하물려 식민지배국에 한사코 고마워할 국민이 얼마나 될까? 

보수 야당이 배출한 대통령 가운데 무사했던 사람은 아직 한 명도 없다. 보통 일이 아니다. 다수의 국민들이 야당에서 다시 대통령이 나올까 봐 걱정하는 것도 당연하다. 지금 야당의 행태는 과거보다 훨씬 난폭해졌고 여론을 두려워 하는 기색이 전혀 없으니 여당이 힘 빠질까 봐 조마조마한 사람들이 많아질 수 밖에 없다.

박근혜는 자신의 탄핵을 부정하며 극우로 치닫고 있는 소위 '태극기부대'에 대한 지지의사도 밝혔다. 태극기부대에 사람이 많이 모인다고 그틀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이 아니다. 모이면 모일 수록 그들을 혐오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박근혜는 범법자이며 사회에서 격리되어야 하는 죄수의 신분이다. 구체제(앙시앙 레짐)의 마지막 상징 같은 존재이기도 한 그녀를 불러 내고자 집단이라도 탄핵을 부정하면 안 된다. 헌재의 탄핵 결정은 그녀에게 뭔가 나쁘거나(bad) 틀린wrong) 것이 있었고 헌정 유지를 위해 용납할 수 없는 수준으로까지 문제가 커졌다는 의미이다. 

그 체제로 득을 보려했던 사람들은 억울할 수 있다. 그러나 국가라는 체제는 특정 세력들의 전유물처럼 이용될 수 없다. 탄핵을 부정하는 그 자체가 국민을 분열시키는 것이고 그 목소리가 커질 수록 국민적 우려도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우리 제1야당은 결국 거듭나기에 실패하며 박근혜의 브랜드 없이 홀로 서기를 못 했다. 대중 정당으로는 부적절한 모습이다. 시대의 변화에 맞춰 치열한 자기부정의 노력을 게을리 한 정당의 말로를 보는 느낌이다. 기타 우파 인사들이 다 모여 들어도 박근혜만 한 브랜드 파워가 안 나온다.

그녀는 오랫 동안 말이 없었다. 그 만큼 말을 아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최순실과 떨어져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반문이 금새 떠 오른다. 그런 상상을 하는 것도 이젠 지겹고 괴로운 일이다.

백태윤 선임기자 pacific100@naver.com

<저작권자 © 축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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