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연방의회/ 사진=연합뉴스 |
독일식 선거제도인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한국에 당장 도입해도 적절히 조정하면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전망이다.
의원 정수 증가에 따른 국민 세부담 증가 문제를 세비 총액제로 묶거나 현행 국회의원 세비를 적절히 인하조정하는 전제에서다.
이 경우 모두 국회의원들의 세비를 제한한다는 점에서 우선 기존 국회의원들의 양보가 필요한 대목이다.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가장 큰 특징은 의원 정수가 사전에 고정돼 있지 않고 기준선안에서 다소 증가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예컨데 일부 논의중인 모델에 따라 국회의원 지역구 225명, 비례 75명 등 총 인원 300명으로 정해 놓아도 선거결과 '초과의석'과 '균형의석'이 발생하는 경우 국회의원 정원 300명을 초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독일은 2013년 선거법 개정 이후 치른 두 차례 총선에서 모두 의원 정수를 초과한 의석을 배분했다. 의원이 늘며 세금 지출이 늘어난 건 당연하다.
독일 의회의 의석수가 의원 정수를 초과한 이유는 바로 '초과의석'과 '균형의석' 때문이다. 독일의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각 당에 정당별 득표율만큼 의석을 배분하되, 지역구 의석수가 배분된 의석수보다 모자랄 경우 비례의석으로 충원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지역구 의석수가 배분된 의석수보다 많을 때 발생한다. 가령 A당이 30%의 표를 얻어 이번 선거에서 전체 의석 100석 중 총 30석을 할당받았다고 치자. 그런데 이 당이 지역구에서만 35석의 의석을 획득했다면 이는 5석의 '초과의석'이 발생한 것이다. 이 경우 A당은 득표율인 30%가 넘는 민의를 `과대 대표'하게 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독일 의회는 35석이 30%만큼 대표할 수 있도록 다른 당들에 '균형의석'을 배분한다. 전체 의석수를 늘려 35석이 30%만큼의 비율이 되도록 재조정하는 것이다.
실제로 2017년 독일 총선에서는 총 46석의 지역구 초과의석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정당득표율과 의석점유율을 맞추기 위한 균형의석이 추가로 65석 배분됐다. 법정 의원 수인 598명을 훌쩍 넘긴 709명의 의원이 당선된 이유다. 이런 방식은 아주 높은 투표의 비례성을 보장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를테면 당시 기민당의 정당득표율은 28.2%였는데, 기민당 몫의 최종 의석수는 709석 중 200석으로, 정확히 전체 의석의 28.2%였다.
둘째는 초과의석이 발생하더라도 맨 위에서 언급한 세비 총액제나 현행 국회의원 세비를 적절히 인하조정하는 방법으로 국민의 세부담 증가를 막을 수 있다. 국회의원 세비 총액이 제한되면 초과의석으로 국회의원 정수가 증가하더라도 개별 국회의원의 세비를 감소시키는 방법으로 전체 세비 총액을 유지할 수 있다. 아니면 일률적으로 현행 국회의원 세비를 20~30% 감액시켜 적용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
때문에 초과의석과 균형의석 모두를 인정하는 독일의 사례를 우리와 직접 비교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한다고 해서 의석이 대폭 늘어나 국민 세부담이 증가할 것이라고 보는 것은 대체로 사실과 맞지 않는다.
강민규 기자 kotrin3@hanmail.net